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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웠던 돌봄은, 갑작스러운 대타였을 때

돌봄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자면,
센터의 요청으로 갑자기 대타로 들어가게 된 집들이었다.

기존 선생님이 갑자기 어디가 안 좋으셔서 며칠, 혹은 한 달 정도 나오지 못하게 될 때, 나는 내 일정 안에서 가능한 시간(보통 9시~4시 사이)에 맞춰 들어가게 된다.
그 시간대에 돌보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보육을 하는 영아, 보통 6개월에서 36개월 사이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낯가림이 심해 친해지려면 적어도 일주일, 길게는 그 이상도 걸린다.

 

낯선 품에 터진 울음

그날도 그런 상황이었다.
예쁜 여자아이였고, 아빠가 함께 있었다.
아이는 자고 있었고, 나는 도착하자마자 상태부터 살폈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상태였다.

아이의 눈이 떠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보았다.
하지만 낯선 품이었는지 곧 울음을 터뜨렸고,
아빠가 달려와 아이를 안고 진정시켰다.

아빠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꺼내 함께 놀아주며
나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나 역시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고,
장난감을 흔들며 다가갔다.

조금씩 경계가 풀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건, 아빠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울음은 다시 시작되었다

아빠가 외출 준비를 하던 순간,
아이는 갑자기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가 나간다는 걸 직감한 것이었다.

잠시 후 아빠는 집 앞 일터로 나가셨고,
집 안엔 나와 아이, 단둘이 남게 되었다.
이후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아이는 밥을 거부했고,
장난감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안아줘도 더 크게 울었다.

 

“나 누구… 여긴 어디…”

결국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공기를 쐬자 잠시 울음을 멈췄고,
나는 허리가 아파 잠시 집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런데 문을 닫는 순간, 또다시 울음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속으로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나 누구… 여긴 어디…’
그리고 덧붙였다.
‘이렇게까지 나를 거부한 사람, 너가 처음이야…’

 

잘 돌보는 게 아니라, 잘 견디는 것

그날 하루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시간은 똑같이 흘렀는데,
감정 소모가 크니 체감은 훨씬 더디었다.

놀이는 거의 못 했고,
식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안기지도 않고, 혼자 두면 더 크게 울었다.

처음엔 아이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아 속상했지만,
곧 알게 됐다.
아이의 거부는 나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갑작스레 바뀐 세상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
이었다는 걸.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고 해서
실제 상황이 쉬워지는 건 아니다.

 

곁을 지키는 자세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언가를 ‘잘하는 능력’이 아니다.

억지로 다가가지 않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것.

그게 바로
아이돌보미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임을
그날 또 한 번 배웠다.

결국,
이런 돌봄은 잘하는 게 아니라,
잘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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